00구의 얼굴로, 인권을 꽃피우는 분들
강은경 부산광역시인권센터 위촉 강사
00구시니어클럽 일자리 사회참여 어르신 751분과 함께 「상호존중 속에서 모두의 인권이 피어납니다」 라는 주제로 인권교육을 진행했다.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느껴지는 분위기는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오늘은 또 뭘 배우나” 하는 호기심, 그리고 조심스러운 불안,..기대...
강의는 무겁지 않게 시작했다. 몸을 깨우는 짧은 체조와 사회 구성원으로서 나의 역할과 관련된 인지게임.. 숨겨진 단어를 찾으며 “아이고, 이게 뭐고?” 하시다가도 정답이 나왔을 때는 아이처럼 웃으셨다. 그 순간, 강의실의 공기가 확 풀어졌다. 인권은 그렇게, 웃음으로 문을 열었다.
“왜 여러분에게 인권교육이 필요할까요?”
잠시 침묵... 그리고 큰 화면에 뜬 문장,
“여러분이 표현하는 말과 행동이, 바로 00구의 얼굴이 됩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많은 어르신들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누군가는 작은 목소리로 “맞지…” 하고 중얼거리기도 하셨다. 오늘의 인권은 ‘어려운 권리’가 아니라 내 일상, 내 말투, 내 표정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였다.
사회복지와 인권이 왜 떨어질 수 없는지, 왜 사회복지는 인권의 전문 영역인지 차분히 풀어가자 어르신들의 표정이 점점 진지해졌다.
“내가 인권전문가라?...그래, 맞지!”
그리고 ‘노인’이라는 단어를 함께 바라보는 시간. 당사자로서 스스로를 어떻게 이름 짓는지... ‘서글프다’, ‘힘들다’, ‘꼰대’... 잠시 강의실이 조용해졌다. 누군가는 웃었고, 누군가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리고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노인의 인권은 누구의 인권일까요?”
잠시의 침묵 뒤, 여기저기서 답이 나왔다.
“우리 인권이지.”
“그 인권은 어디에서부터 꽃피울까요?”
그 순간, 오늘 강의의 제목이 정확히 자리를 찾았다.

노인의 인권이란, 노인이 누군가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 삶의 당사자로서 당당하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도움을 받아야 할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말하고, 결정하며 자신의 하루를 자기 이름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 그것이 인권이다. 그래서 노인의 인권은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의 노인이 일상에서 존중받지 못한다면, 그 차별은 고스란히 또 다른 세대의 차별로 이어진다. 세대를 나누는 시선은 인권을 약하게 만들고, 서로를 동등한 주체로 바라볼 때 인권은 비로소 단단해진다.
어르신들이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말하고, 불편함을 표현하고, 존중을 요구할 수 있을 때 그 목소리는 지역사회의 기준이 된다. 노인의 인권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는 곧 아이와 청년, 그리고 모든 세대가 자신의 인권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결국 인권의 방향은 하나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 누구도 뒤로 밀려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렇게 노인의 인권은, 곧 모두의 인권이라는 말이 설명이 아니라 ‘공감’으로 전달된 시간이었다. 이어서 손가락을 접어가며 자신의 권리를 점검하는 활동에서는 강의실 여기저기서 작은 탄식과 웃음이 섞였다.
“이건 다 되네.”
“이건 좀 생각해봐야겠네.”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그 짧은 시간이 어르신들 각자의 얼굴에 고요히 남았다.
강의 마지막, “오늘부터 어떤 존중을 실천해볼까요?”라는 질문에 어르신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부터 바꿔야지.”
“내가 먼저 인사해야지.”
크지 않은 말들이었지만, 그 안에는 이미 인권이 피어나고 있었다. 강의를 마치고 인사를 나누며, 한 어르신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오늘은 강의 들으러 온 게 아니라, 내가 아직 중요한 사람이라는 말 들으러 온 것 같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 하루 동안 만났던 751명의 얼굴이 떠올랐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존중받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닮아있던 얼굴들. 상호존중 속에서 모두의 인권이 피어나는 순간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이렇게,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이야기를 함께 웃고, 고개 끄덕이며 나누는 시간이라는 것을 오늘 다시 배웠다. 그리고 참 고맙게도, 그 배움은 언제나 어르신들로부터 먼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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