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파의 마음으로, 인권의 씨앗을 틔우다

 



오현주(부산광역시인권센터 위촉강사)

 

 

인권 강사, 소크라테스의 산파법을 로망하다.

인권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행위를 넘어섭니다. 그것은 마치 소크라테스의 산파술(마이외우티케:maieutike)’처럼, 교육을 듣는 이들의 내면 깊숙이 잠자고 있던 인권 감수성을 스스로 발견하고, 자신의 언어로 세상과 소통하게 하는 과정입니다. 저는 인권 강사로서 바로 이 산파의 역할을 목표로 다양한 대상의 마음속 인권의 씨앗을 틔우기 위해 매 강의마다 깊이 고민합니다. 마치 새 생명을 맞이하듯,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에는 늘 치열한 성찰이 함께합니다.

 

모두를 위한 인권 교육의 난제와 해답 찾기

유치원 아이들부터 어르신들, 장애인과 비장애인, 종사자와 이용인까지?인권 강의의 대상은 매우 폭넓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변수를 마주합니다. 특히 초등 2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넓은 연령대를 함께 교육할 때는 난관이 큽니다. 6학년에게는 너무 쉽고, 2학년에게는 너무 어려운 내용이 되어버리는 상황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난제는 아동 교육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어르신을 대상으로 놀이 인권강의를 준비하며 빙고 게임을 활용했지만, 일부는 한글을 모르시는 분들이라 뜻하지 않은 장벽에 부딪힌 적도 있습니다. 참여형 교육을 통해 삶에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은 때로 실패로 끝나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얻는 깨달음이 새로운 강의를 준비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놀이와 이야기, 인권의 씨앗을 틔우는 힘

놀이를 활용한 강의는 저에게 늘 새로운 도전입니다. 저는 타고난 놀이형강사가 아니었기에, 카드놀이·신체 활동·도구 활용 놀이 등 다양한 자료를 찾아 연구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강의를 준비하며 유튜브로 손유희 동작을 익히는 제 모습을 본 딸아이가 엄마, 어릴 때는 그렇게 안 놀아주더니 이제 와서 하네라고 웃으며 응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순간, 놀이가 가진 힘을 새삼 느꼈습니다. 때로는 200장이 넘는 카드를 만들고 코팅하며 허리가 끊어질 듯한 고생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렵게 준비한 교구가 현장에서 빛을 발할 때의 보람은 크지만, 한 번 쓰고 장롱에 들어가거나 흩어져 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OO중학교 놀이인권첫수업이 그랬습니다. 세계인권선언을 놀이로 풀어내고자 200장의 카드를 만들었지만, 비 오는 날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단 3명만이 참석했습니다. 아쉬움이 컸지만, 참여한 아이들이 카드를 뽑아 자신의 이야기와 연결하는 모습을 보며 놀이의 자기주도 학습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구성주의 학습 이론에서 말하는 학습자의 능동적 참여와 지식 구성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한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같은 학교에서 진행한 영화인권수업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습니다. 도입부에 이전에 수업했던 세계인권선언을 퀴즈로 활용하니, “인권 수업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어요!”라며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퀴즈가 인권 교육에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전략으로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2번째 수업에서는 영화 속 이야기를 통해 차별금지법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며, 아이들이 평등의 가치와 우리 사회의 지향점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인권 강사로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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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 속에서 발견한 보람과 가능성

중증 발달장애인 거주시설에서의 강의는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발달장애인의 그림을 메타버스에 전시해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시킨 사례를 소개하며, 종사자분들께 가능성을 발견하는 시선의 중요성을 전했습니다. 이후 그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실제로 발달장애인 미술 전시회가 열렸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노인 인권 교육에서도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두 시간 강의 도중 10분 휴식 시간을 제안하자, “수업이 너무 재미있으니 쉬지 말고 계속하자는 말씀을 들었을 때의 감사함, 수업 후 세계인권선언문과 노인을 위한 유엔원칙을 직접 적은 에코백을 자랑스럽게 들고 사진을 찍던 어르신들의 표정에서 인권 교육이 주는 자긍심의 힘을 확인했습니다.

 

앞으로의 길

이 모든 경험은 인권 강사로서 제가 나아갈 길을 분명히 합니다. 인권은 어려운 이론이나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이미 깃든 소중한 가치입니다. 인권 교육은 놀이와 이야기, 그리고 참여를 통해 듣는 이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산파의 마음으로, 모든 이들이 자신의 내면에서 인권을 발견하고 그 빛을 세상에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 부산광역시인권센터는 인권교육을 준비하는 인권강사의 고민과 인권교육 참여자의 목소리를 함께 나누고자, 인권강사 교육 후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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