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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콘텐츠 추천] 『송곳』, 최규석

관리자 | 2022-11-26 | 조회수 : 120


11월 북카페 콘텐츠 추천

『송곳』, 최규석, 창비 



부산광역시 인권센터 인절미단 배유진  



최규석 작가의 웹툰 [송곳]은 우리의 얄팍한 자긍심을 흔들어 준다. 자긍심을 지키고 떳떳하게 사는 사람의 결과가 어떤지 보여준다. 실화를 바탕으로 주변에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우리는 우리에게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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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걸림돌이었던, 튀어나온 송곳과 같은 마트 과장 이수인의 양심에 따른 그의 반응을 다룬 이야기이다. 마트 과장인 주인공 이수인이 마트의 한 부서 점원들을 모두 내보내라는 상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며 소위 말하는 왕따가 된다. 그 후 노조에 가입하는 등 자신의 아래 사람을 지키기 위해 상부의 지시를 거부하며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그는 그때까지 내가 만나 본 가장 어른다운 어른이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는 어쩌면 가장 교활한 형태의 체제 수호자였는지도 모르겠다. (중략)그리고 나는 꼰대가 될 소중한 기회를 놓쳤다.’

...

어쨌든 나는 세상 모든 곳에서 누군가의 걸림돌이었다.’

...

선한 약자를 악한 강자로부터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거란 말이오.”

 

 

주인공은 본인의 소신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본인의 소신을 지키며,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계속해서 저지른다. 방관자와는 거리가 먼 사람. 불의를 보면 반드시 행동하는 사람.

그러나 본인의 소신을 지킴으로 인해서 일터 내에서 왕따를 당하게 된다. 사람들이 모두 피하는 더러운 똥이 되어 역설적인 자유로움을 얻게 된다.

송곳에서는 약자를 선한 사람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강자를 악한 사람으로도 표현하지 않는다. 다만 시시한 약자, 시시한 강자만 있을 뿐이다. 시시한 약자를 위해 서는 것. 그들을 위해 함께 하는 것. 그것이 주인공이 한 일이었다.

 

 

송곳을 보며, 주인공을 보며 내가 느낀 감정은 두근거리는 도전이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두려움이었다. 나의 양심을 지키기 위한 한마디의 말과, 거절로 인해 내가 받게 될 불이익. 나는 저런 것을 버틸 수 있을까. 나는 겁쟁이다. 아주 부끄러움 많은 겁쟁이다. 그래서 저런 일을 피해 다니던 나를 보게 되었다.

나 스스로 양심을 지킬까 고민하며 내 가치관에 반하는 것에 맞서본 적이 있다. 이에 따라 주변에서 경멸의 시선을 받게 되었다. 경멸의 시선을 지나고 나니 나의 소신이 누군가에게 걸림돌이 된다는 것, 그러니까 튀어나온 송곳처럼 거슬리게 된다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더 피했다. 나를 송곳처럼 느낄 만한 사람을 피해 다녔다. 다른 사람이 나를 송곳처럼 느끼지 않길 바랬다.

또 도망쳐야 하나?’

 

우리의 양심을 지킨 후 가장 많이 하는 일은 도망이다. 우리가 소신을 지킨 곳으로부터 도망가거나 우리의 소신으로부터 도망가거나. 나는 모두 다였다. 그 자리에서 편하기 위해 나의 소신으로부터 도망쳤고, 나의 마음이 편하기 위해 추후 생기는 자리에서 도망쳤다.

우리의 양심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애써 무시해 버린다. 하지만 [송곳]은 우리가 양심의 질문을 무시하지 못하고 이내 그것과 독대하게 한다. 나는 스스로와의 독대를 위해 이 책을 꼭 읽어 보길 권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평소에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우리의 소신’, ‘양심’, ‘자긍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며, 나는 어떤 사람인지 돌아볼 수 있었다. 개인의 생각 또는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나의 가장 부끄러운 곳을 볼 수 있었다.

본인의 양심과, 소신과 마주해 보길 바란다. 우리가 애써 무시해 왔던 그것들을 마주할 때, 우리는 나 자신을 이전보다 더 맑게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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