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과 청소년들이 직접 청구인으로 참여한 '아시아 첫 기후 소송'이란 점에서 이목이 쏠린 이번 판결 직후 청구인 측은 "기후 위기 속 보호받을 기본권을 인정하는 판결"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2030년 수치만으론 안 돼…2050년까지 담보 장치 없어"
헌재는 2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1항에 대해 전원일치로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오는 2026년 2월 28일까지 감축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
또 재판관 전원 일치로 감축 비율을 40%로 규정한 탄소중립기본법 제3조 1항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정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기준 40%만큼 줄이겠다고 정했지만 그 이후엔 별다른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헌재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 비율의 수치만으론 기후 위기란 위험 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2031년부터 2049년까지 19년간 감축목표에 대해선 어떤 형태의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소 보호 금지 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또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감축목표를 규율한 것"이라며 "기후 위기라는 위험 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써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어린이들이 제기한 첫 기후소송, 한제아 양 "10살 때 소원 이뤄져"
이번 소송은 청소년 환경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의 회원 19명이 지난 2020년 3월 기후소송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제기해 주목받았다.
이후 시민 123명이 제기한 '시민 기후소송', 영유아 62명이 제기한 '아기 기후소송', 시민 51명이 낸 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등이 헌재에 접수돼 하나로 병합되면서 4년 만에 판단이 나왔다.
헌재 판결이 나오자 청구인 측은 곧장 헌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일부 참가자들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2차 변론기일의 최종변론에 나섰던 청구인 중 1명인 한제아 양(12)은 "10살 때부터 소송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헌법 소원이 헌법을 바꿔 달라고 비는 소원인 줄 알았는데 여전히 헌법 소원은 많은 사람의 소원이 담겼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결과가 소원이 이뤄진 것처럼 기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청소년 기후소송 김서경 청구인은 "위헌 결정은 기후 위기 속 보호받을 기본권을 인정하는 판결"이라며 "헌법소원으로 만들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기대한다. 이 판결로 시작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판결은 끝이 아닌 기후 대응의 시작"이라며 "기후 위기 위험 속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삶의 자리를 되찾았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계획은 중간 목표" 기각…"일부 인용 안 돼 아쉬움"
다만 헌재는 오는 2030년까지 정부가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재판관 4 대 5 의견으로 기각했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형식 재판관은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수치 산정에 고려돼야 하는 과학적 사실과 국제적 행동 기준, 법령이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립된 행정계획으로서 실효성 측면에서도 위험 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위헌 확인 의견을 냈다.
2030년까지 40%만큼 줄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해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반면 이종석 소장과 이은애·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정부의 감축 목표는 감축 경로, 수단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는 과점에선 기후 위기에 상응하는 보호 조치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청구인 측은 "일부 인용되지 않은 부분엔 아쉬움이 있지만 오늘 판결은 기후 위기를 넘어 모두의 권리 지키기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국가의 기후대응 과정에서 배제된 기후 위기를 마주하는 모두의 성취"라고 했다.